넵. 타로카드 프로젝트 완성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애가 나왔습니다. (...)
일단 트위터와 남편의 블로그를 통해 축하해주신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 저는 지금 병원은 퇴원하고 동네 산후조리원에서 모유수유와 씨름중입니다.
일단 이번 출산의 진행 과정(....)을 기록해 볼작시면,
제가 자각하는 첫 진통(가진통 말고 진진통입니다,)은 금요일 새벽 3시 20분경, 막 화장실에서 피가 섞인 점액성 분비물-이슬을 확인하고 거실에 나가서 임신서적을 뒤져보고 이슬 후 출산까지가 24-72시간인 것을 확인하고 다시 자러 침대에 누웠을 때였습니다.
정말로 한방에, 뇌리에 떠오르더군요. '이거구나'하고.
일단 진통이 왔다고 애가 바로 나오는 것도 아니고, 병원은 코 앞이고, 시간은 새벽이었기에 다시 잠을 청해보았습니다만, 이후 아침 7시경까지 1시간 간격으로 진통이 찾아왔고 자다깨다를 반복하면서 데굴거렸습니다.
해가 뜬 후, 다시한번 이슬이 비쳤고 그 무렵 이미 진통시간은 30분 간격, 남편이 출근을 위해 일어났다가 진통상황을 듣고 회사에 휴가를 내고 다시 잠들었고, 저는 일어나서 병원과 산후조리원에 전화를 해서 싸 가지고 갈 준비물을 확인하고 가방을 싸고 틈틈히 트위터를 하고(....) 진통 간격을 재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후는 남편이 기억하는대로, 15분 간격이 된 것을 확인하고 10시 반경 집을 나서서 맥도널드에서 아침을 먹고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가볍게 태동검사를 해 보기 위해 2층으로 올라가서 옷을 갈아입고 기계를 대어 보다가 내진을 받았는데, 생각보다 진행이 많이 된 상태였습니다. 얼른 관장하고 제모하고 (.....) 보호자 불러서 입원수속하고 진통 참으면서 화장실에 다녀와 두번째 내진을 받았을때 양수가 터졌습니다.
그 이후부터는 그야말로 폭풍진행. 숨 쉬는 연습이랑 힘 주는 연습 두어번 하고 침대가 그대로 분만대로 변신하고(가족분만실이어서 애초에 분만대 겸용이었습니다) 의사선생님 올라오셔서 회음부 절개하고 골반이 좁은 탓에 간호사가 배를 눌러주면서 힘주라고 진통 파형에 맞춰 배 누르고...
몇 번인지 기억은 안나는데 아마 5-7번 힘을 주는 사이에 쭈륵- 하고 아기가 밀려나왔습니다. 12시 32분, 범인이 세상에 정체를 드러낸 것입니다.
사실 저는 골반이 좁단 이야기도 들었고, 친정어머니가 난산이셨기 때문에 출산에 있어서 꽤나 힘들거란 각오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이렇게 쉽게 아이가 나왔다는 거에 대해서 저도 매우 놀랐지요.
이후 태반 꺼내고, 탯줄 끊고, 남편이 들어와서 확인하고 아이 한번 안아본 다음, 이런저런 후처리에 들어갔는데 사실 출산보다 절개한 회음부 봉합이 더 아프게 느껴졌다는 건 무슨 조화인지 (....)
출산이 워낙 스피디했던 탓에 나름 기운이 남아서 팔팔하게 있었습니다만 절개하고 꿰멘 데는 여전히 아프고(....) 출산 시 온통 열꽃처럼 혈관이 터졌던 얼굴은 이제야 정상으로 돌아왔습니다.
범인이는 매우 건강한 여자 아이로, 엄마의 젖이 나오지 않을 때 외에는 순하디 순한 대인배 적 기질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
젖이 좀 늦게 돌아서 나오든 안 나오든 일단 젖을 물린 후 분유를 물려주는데, 먹는 양도 많고 빠는 힘도 세서, 기쁜 와중에도 빨리 젖이 좀 팍팍 불어줬으면 하는 심정입니다.
저는 여기서 10일까지 쉬고 집으로 돌아갑니다. 앞으로 범인이와 시나몬과 남편과 저와 넷이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생활을 시작할 것을 생각하면 두려우면서도 두근거립니다.
집에 돌아갈때까지는 한동안 트위터에서 소식 전하겠습니다 ^^/